Inspi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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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그것도 미국에서, 자취를 하게 되었을 때, 완전한 자유가 주어진 것에 설레기도 하고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언제든 내가 배고프면 야식을 먹을 수 있었고 방을 어지럽혀놔도, 하루종일 아무 것도 안하고 침대에서 뒹굴거려도 뭐라고 잔소리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천국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처음 며칠동안은 그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의 온기는 느껴지지 않는, 차갑게 식어버린 빈 방을 마주하는 것은 힘들었다. 지치고 고된 하루의 끝에 집에 돌아왔을 때, 나를 반겨주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게 서글펐다. 하루종일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다가 “띠리릭” 문 열리는 소리에 한 달음에 달려와서는 너무 행복해서 오줌까지 지리는 강아지도 없었고 따뜻한 밥을 차려주시는 할머니도, 엄마도 없었다. 저녁까지 일하고 돌아오시고는 환하게 웃으면서 나를 꽉 안아주시는 아빠도 없었다. 그냥 시간이 되면 저절로 차려지는 줄 알았던 따뜻한 밥도 없었고, 설거지, 빨래도 아무 불평 없이 당연한듯이 해주시는 우렁각시도 없었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을 아무 말 없이 뒤에서 묵묵히 해주셨던 당신에게 감사하다는 말 한 번 한 적이 없었다. 힘들고 우울할 때, 내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어떻게 알았는지 갑자기 연락해서 만나자고 하는 친구들도 없었다. 사실 친구들은 있었지만 영어로 이야기할 때의 나는 “정은형”이 아닌 것 같았다. 줄리라는 안 어울리는 옷을 입은 누군가인 것 같았다.미국에서 나의 이름은 Eunhyung Chung 이 아닌 Julie였다. 외국 사람들이 “형”이라는 발음을 어려워해서 혹여나 내 이름 부르기를 꺼려하고 잊어버릴까봐 쉽게 발음하고 기억할 수 있는 이름인 줄리를 사용했다. 수많은 생각들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어도 이상하게 그것을 입밖으로 내는 것은 힘들었다. 목에 뭐가 걸린 것처럼 그 말들은 내 머릿속에서만 맴돌았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영어도 서툴러서 말하기 전에 몇 번을 곱씹어야했고 그러다보면 말할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다. 모든 것이 새로운 환경이었기 때문에 ‘혹여나 나의 이 말이 이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그들을 멀어지게 하지 않을까?’하는 고민들에 나의 부족하고 부정적인 모습은 가리기에 급급했다. 밤에 잠이 들 때면 나의 방에는 온갖 기기들의 시간들이 떠다녔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미세하게 각기 다른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고 그 시간들을 볼 때면 나는 이상하게 죄책감이 들었다. 빨리 세상의 시계에 맞춰서 살라고 나를 재촉하고 채찍질하는 것 같았다. 유학을 왔으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작업을 열심히 하고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해서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라고 말이다. 이렇게 우울감에 빠져서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하지만 나는 눈을 감아도 쉽게 잠이 들지 못했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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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그것도 미국에서, 자취를 하게 되었을 때, 완전한 자유가 주어진 것에 설레기도 하고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언제든 내가 배고프면 야식을 먹을 수 있었고 방을 어지럽혀놔도, 하루종일 아무 것도 안하고 침대에서 뒹굴거려도 뭐라고 잔소리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천국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처음 며칠동안은 그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의 온기는 느껴지지 않는, 차갑게 식어버린 빈 방을 마주하는 것은 힘들었다. 지치고 고된 하루의 끝에 집에 돌아왔을 때, 나를 반겨주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게 서글펐다. 하루종일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다가 “띠리릭” 문 열리는 소리에 한 달음에 달려와서는 너무 행복해서 오줌까지 지리는 강아지도 없었고 따뜻한 밥을 차려주시는 할머니도, 엄마도 없었다. 저녁까지 일하고 돌아오시고는 환하게 웃으면서 나를 꽉 안아주시는 아빠도 없었다. 그냥 시간이 되면 저절로 차려지는 줄 알았던 따뜻한 밥도 없었고, 설거지, 빨래도 아무 불평 없이 당연한듯이 해주시는 우렁각시도 없었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을 아무 말 없이 뒤에서 묵묵히 해주셨던 당신에게 감사하다는 말 한 번 한 적이 없었다. 힘들고 우울할 때, 내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어떻게 알았는지 갑자기 연락해서 만나자고 하는 친구들도 없었다. 사실 친구들은 있었지만 영어로 이야기할 때의 나는 “정은형”이 아닌 것 같았다. 줄리라는 안 어울리는 옷을 입은 누군가인 것 같았다.미국에서 나의 이름은 Eunhyung Chung 이 아닌 Julie였다. 외국 사람들이 “형”이라는 발음을 어려워해서 혹여나 내 이름 부르기를 꺼려하고 잊어버릴까봐 쉽게 발음하고 기억할 수 있는 이름인 줄리를 사용했다. 수많은 생각들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어도 이상하게 그것을 입밖으로 내는 것은 힘들었다. 목에 뭐가 걸린 것처럼 그 말들은 내 머릿속에서만 맴돌았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영어도 서툴러서 말하기 전에 몇 번을 곱씹어야했고 그러다보면 말할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다. 모든 것이 새로운 환경이었기 때문에 ‘혹여나 나의 이 말이 이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그들을 멀어지게 하지 않을까?’하는 고민들에 나의 부족하고 부정적인 모습은 가리기에 급급했다. 밤에 잠이 들 때면 나의 방에는 온갖 기기들의 시간들이 떠다녔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미세하게 각기 다른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고 그 시간들을 볼 때면 나는 이상하게 죄책감이 들었다. 빨리 세상의 시계에 맞춰서 살라고 나를 재촉하고 채찍질하는 것 같았다. 유학을 왔으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작업을 열심히 하고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해서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라고 말이다. 이렇게 우울감에 빠져서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하지만 나는 눈을 감아도 쉽게 잠이 들지 못했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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